혈죽
민충정공 영환이 순의한 이듬해 4월에 대나무가 영연의 뒷마루에서 나왔으니,
대개 그가 자결한 칼과 혈의를 소장한 곳이다. 모두 네떨기 아홉가지에 서른 세잎이 나왔다.
대나무가 흙 아닌 공중에 뿌리 내렸으니
충의가 하늘에 근거했음을 알겠다.
산하도 빛을 바꾸고 오랑캐는 눈을 부릅뜨니
성인이 소식듣고 눈물을 비같이 흘렸다.
네 떨기 아홉 줄기 푸른 잎이 들쭉날쭉
서른 세잎은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
옷 향내 사라지지 않고 칼은 녹슬지 않았으니
칼날 입에 물고 있던 때를 다시 보는 듯 하다
목 찔러 보국하는 일 옛날에도 있었지만
그 열렬함이 공 같은 이 또 있을까
의분에 끓은 몸은 찔러도 아프지 않아
연달아 세번을 큰 흙손 휘두르듯 하였다.
공의 정령이 대나무 되어 다시 오시니
천지가 놀람이 어찌 기괴한 일일까
한낮에 통곡 소리 끊이고 흰 병풍 걷어내니
거미줄 훨훨 날리고 먼지가 쌓였구나
푸른 잎이 줄기에 붙어 묶은 것 같아
백번이나 눈부비며 보아도 대나무가 분명하다
늦은 봄 깊숙한 곳에 비단 포대기 같은 죽순 솟아나
싸늘한 기운이 찬 대나무를 흔든다.
분명한 푸룬 피 치솟아 마르지 않고
한 점 한 점 뿌려져 푸른 대나무 되었구나
죽어서도 칼 갈아 적 죽이는 장휴양이 되고
다시 살아나 오랑캐 치는 문문산이 되소서
공연히 대나무 되어 일을 성사 못하면
이 원한 천지간에 헛되이 남기리
쓰러져 가는 조선 말기의 역사 기록집 <매천야록>을 쓴 매천 황현이 민영환의 자결이후 피어난
혈죽에 관한 한시입니다. 1906년에 썼다 합니다.
원문은 다시 올리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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