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의 이야기/구례이야기

[스크랩] 혈죽 한시

지리산구례 2010. 4. 23. 22:35

 

 

혈죽

 

 

민충정공 영환이 순의한 이듬해 4월에 대나무가 영연의 뒷마루에서 나왔으니,

대개 그가 자결한 칼과 혈의를 소장한 곳이다. 모두 네떨기 아홉가지에 서른 세잎이 나왔다.

 

 

대나무가 흙 아닌 공중에 뿌리 내렸으니

충의가 하늘에 근거했음을 알겠다.

산하도 빛을 바꾸고 오랑캐는 눈을 부릅뜨니

성인이 소식듣고 눈물을 비같이 흘렸다.

 

 

네 떨기 아홉 줄기 푸른 잎이 들쭉날쭉

서른 세잎은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

옷 향내 사라지지 않고 칼은 녹슬지 않았으니

칼날 입에 물고 있던 때를 다시 보는 듯 하다

 

 

목 찔러 보국하는 일 옛날에도 있었지만

그 열렬함이 공 같은 이 또 있을까

의분에 끓은 몸은 찔러도 아프지 않아

연달아 세번을 큰 흙손 휘두르듯 하였다.

 

공의 정령이 대나무 되어 다시 오시니

천지가 놀람이 어찌 기괴한 일일까

한낮에 통곡 소리 끊이고 흰 병풍 걷어내니

거미줄 훨훨 날리고 먼지가 쌓였구나

 

 

푸른 잎이 줄기에 붙어 묶은 것 같아

백번이나 눈부비며 보아도 대나무가 분명하다

늦은 봄 깊숙한 곳에 비단 포대기 같은 죽순 솟아나

싸늘한 기운이 찬 대나무를 흔든다.

 

분명한 푸룬 피 치솟아 마르지 않고

한 점 한 점 뿌려져 푸른 대나무 되었구나

죽어서도 칼 갈아 적 죽이는 장휴양이 되고

다시 살아나 오랑캐 치는 문문산이 되소서

 

공연히 대나무 되어 일을 성사 못하면

이 원한 천지간에 헛되이 남기리

 

 

쓰러져 가는 조선 말기의 역사 기록집 <매천야록>을 쓴 매천 황현이  민영환의 자결이후 피어난

혈죽에 관한 한시입니다. 1906년에 썼다 합니다.

 

원문은 다시 올리겠습니다. 

  

출처 : 국화처럼 향기롭게
글쓴이 : 김세곤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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